성장하는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는 리더
호날두는 경기에 앞서 몸을 풀 때, 킥오프를 준비할 때, 후반전 시작을 준비할 때 동료 선수들에게 수 차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연계 플레이를 주문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볼 전달과 선수들의 위치 선정 과정에도 그의 지시가 하달됐다.
호날두의 주문은 경기 도중에도 계속됐다. 볼을 몰고 갈 때는 손짓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이동 동선을 지시했고, 볼을 건네 준 다음에는 빈 공간을 찾아 달리며 볼을 다시 넘겨 달라고 소리쳤다. 이러한 플레이가 서로의 의사 전달 없이 유기적이고 멈춤 없이 전개된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 호날두의 플레이는 한층 매끄럽고 파괴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호날두에게도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이날 호날두가 맞은 가장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스스로 하프라인 부근부터 페널티 박스까지 네 명의 수비수를 달고 치고들어간 뒤 시도한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문 옆으로 빗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에스테반 그라네로, 페르난도 가고, 세르히오 라모스와 심지어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라울 곤살레스까지 호날두의 지시를 받고 반응했다. 호날두의 번뜩이는 공격 작업과 개인 전술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주지 못한 것이다. 먼저 움직여줬다면 공격은 더 빠르게 전개될 수 있었다.
그나마 호날두와 보조를 맞추며 뛰어준 것은 최근 팀 훈련 시 항시 붙어다니며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 마르셀루가 유일했다. 이과인은 스스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연계 플레이는 여전히 개선해야할 부분 중 하나다.
호날두의 보조자가 필요하다…드러나는 카카의 공백
이전에는 카카가 호날두와 이 같은 연계 플레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카카의 창조적인 패스와 공간 이동은 호날두의 플레이를 한층 살려줬다. 최근 컨디션 저하로 볼 간수와 돌파가 안되면서 주춤했지만 카카가 정상 컨디션일 때 호날두와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여전히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하고 있지만 카카의 공백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카카가 호날두가 함께 일 때, 레알 마드리드는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사했다.
호날두 역시 직접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믹스트존에서 “우리들은 경기 중에 더 많이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연계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과 개선 의지를 전했다. 호날두의 플레이를 받쳐줄 수 있는 기민한 전술적 움직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에는 웨인 루니과 박지성 등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해줬다. FC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것은 그의 플레이가 최상의 상태로 구현될 수 있도록 패스를 주고 공간을 만들어 주는 동료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호날두는 그라운드에서 외로워 보인다. 그에게 보조자가 필요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조직력은 아직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위한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호날두가 하나의 전술이 되어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호날두의 능력을 더 살려줄 수 있는 전술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더 높은 경기력을 원하는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전반전에 0-1로 뒤졌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3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라 리가 11연승, 리그 홈 경기 15전 전승. 챔피언스리그 탈락에도 불구하고 라 리가 무대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 군단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안방에서 치른 3경기가 모두 역전승이었다는 점은 ‘역전의 명수’라는 긍정적 일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단면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더 좋은 경기, 더 많은 승리, 더 많은 득점을 추구하는 욕심쟁이 호날두는 지역 라이벌을 상대로 한 승리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팀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모든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홈에서 경기를 한다면 선제골을 넣어야 하는 것이 의무다. 선제골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우린 더 많은 훈련, 더 많은 움직임, 더 진지한 모습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팀을 이끌었던 호날두는 믹스트존에서도 깊이 있는 발언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진정한 리더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 FC 바르셀로나와의 일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탈락한 레알 마드리드에겐 올 시즌 마지막 자존심이 달린 경기이며, 리그 우승컵이 달린 경기다. 호날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즐기기 위해선 많은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린 계속해서 열심히 훈련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팀이 많은 골을 넣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우리가 좋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린 홈에서 FC 바르셀로나와 상대하고, 홈 경기인 만큼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절대 승점을 잃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리그 우승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전을 치러도 많은 경기가 더 남아있다. 바르셀로나도 꺾고 남은 경기들도 다 이겨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전에서 10년 연속 무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스페인 언론들은 이번 더비를 라울의 마지막 마드리드 더비이자 호날두의 첫 번째 마드리드 더비라고 정리했다. 그 동안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던 7번 라울의 시대가 가고, 이제 레알 마드리드에 CR9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